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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	<title>[연말 특집 감성 에세이] 철봉 돌기의 추억</title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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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	<pubDate>Tue, 18 Dec 2018 09:00:55 +0000</pubDate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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																<content:encoded><![CDATA[<p>나는 운동을 참 못하는 아이였다. 그래서 체육 시간은 늘 곤혹스러웠다. 100m 달리기나 공으로 하는 운동처럼 순발력을 요하는 운동은 더더욱 못했다. 그나마 내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끈기를 요하는 운동이었다. 예를 들면 ‘오래&#8217; 달리기나 ‘오래&#8217; 매달리기 같은 것. 운동 신경은 없어도 오래 버티면 해낼 수 있는 일은 해볼 만했다. 등수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.</p>
<p>오래 매달리기는 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. 철봉은 그나마 만만했다. 초등학교 때는 몸이 가벼웠으므로, 운동신경이 발달한 아이들은 철봉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.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&#8216;기둥 껴안고 구경하기’ 정도였다. 친구들이 철봉 위에서 빙그르르 도는 것을 봤을 때, 부러웠다. 나도 철봉 돌기 정도는 도전해보고 싶었다. 내가 세운 작은 목표였다.</p>
<p>문제는 ‘두려움’이었다. 팔을 다칠 수도 있고,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다. 철봉에만 의지해 공중에 매달려 몸을 회전시킨다는 것, 착지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.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무서웠다. 친구들은 연속으로 도는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, 자신이 아는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. 하지만 결국 내가, 내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. 직접 바닥을 딛고 뛰어올라야 했고, 팔로 무게를 버텨야 했고, 몸을 앞으로 던져야 했고, 바닥에 떨어졌을 때 두 다리로 균형을 잡아야 했다. 오래 망설였고, 용기를 냈지만 떨어졌고, 몇 번을 시도하고 나서야 빙그르르 돌 수 있었다. 한 번 해내고 나니 다음부터는 쉬웠다.</p>
<p>종종 그때 손에서 나던 비릿한 쇠 냄새를 기억한다. 철봉 돌기를 해냈다는 것은 인생에서 그다지 큰일은 아닐지도 모른다. 하지만 그 경험 전의 나와 후의 나는 다르다. 당시의 나에게는 도전이었고, 해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.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걸렸을 때,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좋은 일들을 작고 쉬운 것부터 (신호등 지키기나 쓰레기 줍기 등) 조금씩 해보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. 일상에서의 작은 성취들은 두고두고 큰 힘이 된다.</p>
<p>새해에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해보면 어떨까. 이를테면 매일 아침 물 한 컵 마시기, 규칙적으로 식사하기, 사소한 일이라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기. 그리고 해낸 나에게 듬뿍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. (물론 못 했다고 비난하면 안 됩니다. 내일의 내가 있으니까요.) ‘잘&#8217;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, ‘한다&#8217;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.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,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까.</p>
<p><img class="aligncenter wp-image-55332 size-full" src="https://newsroom.posco.com/kr/wp-content/uploads/2018/12/posco1-1.jpg" alt="철봉 돌기 그림" width="960" height="917" /></p>
<p>&nbsp;</p>
<p style="text-align: right;">글/그림_박정은 에세이스트<br />
&lt;내 고양이 박먼지&gt;, &lt;뜻밖의 위로&gt;, &lt;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&gt; 등 집필.</p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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